기술 기업의 인사 담당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시나리오가 있다.
조직 내에서 가장 코드를 잘 짜고, 기술적 난제를 가장 빨리 해결하는 '에이스 엔지니어'가 있다. 회사는 그를 보상하고 인정하기 위해 팀장으로 승진시킨다. 모두가 당연한 수순이라 여긴다.
하지만 6개월 뒤, 그 팀은 붕괴 직전으로 몰린다. 팀원들은 방향을 잃고, 리더는 실무를 놓지 못해 번아웃에 빠진다. 경영진은 묻는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인재인데, 왜 리더십은 작동하지 않는가?"
이것은 개인의 비극이 아니다. 잘못된 전제가 낳은 시스템의 실패다.
우리는 오랫동안 '최고의 전문가가 최고의 리더가 될 것'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데이터는 이 믿음이 완전히 틀렸음을, 심지어 위험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1. 기술 기업에서의 충격적 반전
구글은 전 세계에서 '기술적 수월성'을 가장 숭배하는 조직이다. 초기 구글의 엔지니어들은 "나보다 코딩을 못하는 사람의 지시는 따를 수 없다"는 엘리트주의를 공공연히 드러냈다.
이런 문화 속에서 구글 피플팀이 '고성과 매니저의 조건'을 분석하기 위해 프로젝트 옥시전(Project Oxygen)을 시작했을 때, 모두가 예상한 1순위 자질은 당연히 '압도적인 기술 전문성'이었다.
하지만 수천 개의 성과 데이터와 인터뷰, 행동 패턴을 분석한 결과는 실리콘밸리를 충격에 빠뜨렸다.
구글이 밝혀낸 고성과 리더의 8가지 조건 중: 1위: 좋은 코치 (Is a good coach) ... 8위: 팀을 도울 수 있는 기술적 전문성
놀랍게도 기술적 역량은 리더십의 조건 중 최하위권이었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모호해 보였던 단어, 바로 '코칭'이었다.
이 데이터가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리더의 기술력이 부족해서 성과가 안 나는 것이 아니다. 리더가 플레이어에서 코치로 전환하지 못했기 때문에 성과가 나지 않는 것이다.
2. 기술 평준화, AI 시대의 리더십
"그래도 기술 회사는 기술을 알아야지"라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이다. 맥락을 이해할 정도의 지식은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의 가치는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은 이 흐름에 쐐기를 박았다. 이제 코드 생성, 디버깅, 기술적 문제 해결의 속도는 인간의 역량 차이보다 AI 활용 능력에 더 크게 좌우된다. 기술적 실행 능력은 빠르게 평준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리더가 팀원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진 '지식의 댐'이었다. 리더가 답을 내려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리더도 AI와 집단지성을 합친 것보다 똑똑할 수 없다. 이제 리더의 역할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이 AI와 시스템을 활용해 스스로 답을 찾도록 '질문'하고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적 의미의 코칭이다. 코칭은 더 이상 '소프트 스킬'이 아니다. 그것은 기술 평준화 시대에 성과를 만들어내는 가장 강력한 '하드 스킬'이다.
3. 코칭은 착한 리더십이 아니라, 성과 공학이다
HR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코칭을 '직원들을 따뜻하게 격려하는 것'으로 축소 해석하는 것이다. 이런 프레임으로는 "지금 당장 바빠 죽겠는데 무슨 코칭이냐"는 현업의 반발을 이겨낼 수 없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코칭은 철저히 성과 변수(Performance Variable)를 통제하는 행위다.
고성과 리더가 수행하는 '좋은 코칭'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 병목 제거: 팀원이 어디서 막혀 있는지 묻고, 그들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돕는다. (문제 해결 속도 증가)
- 강점 배치: 팀원의 스킬셋을 분석하여 가장 높은 ROI를 낼 수 있는 업무에 배정한다. (자원 효율 최적화)
- 피드백 루프: 결과물이 나오기 전에 방향을 점검하여, 헛된 노력을 방지한다. (실패 비용 감소)
이것은 감성의 영역이 아니다. 조직의 생산성 파이프라인을 뚫어주는 엔지니어링 작업이다.
리더가 기술적 실무에 매몰되어 이 역할을 방기할 때, 팀원들은 각자도생하게 되고 조직의 성과는 개인기 수준에 머물게 된다.
4. HR, 리더십의 기준을 재설계하라
구글의 데이터가 세상에 공개된 지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이 리더를 뽑을 때 '실무 능력'을 1순위로 본다. 그리고 승진한 뒤에야 부랴부랴 리더십 교육을 시킨다. 순서가 틀렸다.
HR 리더는 이제 경영진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리더를 뽑고 있습니까, 아니면 비싼 실무자를 뽑고 있습니까?"
조직의 성과를 높이고 싶다면, 리더십의 평가 및 육성 기준을 '기술 스택'에서 '코칭 역량'으로 과감히 이동시켜야 한다.
- 선발 기준: 혼자서 얼마나 잘했는가가 아니라, 동료의 성과를 얼마나 끌어올렸는가를 묻는다.
- 평가 기준: 코드 커밋 수가 아니라, 1on1을 통해 팀원의 문제를 얼마나 해결해주었는지 확인한다.
- 시스템: 리더가 코칭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1on1 시스템을 의무화하고 가이드를 제공한다.
5. 당신의 조직에는 '감독'이 있는가?
축구 경기에서 감독이 선수보다 공을 더 잘 찰 필요는 없다. 감독의 역할은 선수가 필드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도록 전략을 짜고, 멘탈을 관리하고, 위치를 잡아주는 것이다.
감독이 답답하다고 유니폼을 입고 필드로 뛰어드는 순간, 그 팀의 전술은 무너진다.
당신의 조직은 어떤가? 리더들이 여전히 "내가 하는 게 제일 빠르다"며 필드를 뛰어다니고 있지는 않은가? HR은 그런 리더를 보며 "열정적"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AI 시대, 기술은 도구가 되고 코칭은 본질이 된다. 이제 성과는 '누가 더 코드를 잘 짜느냐'가 아니라, '누가 팀을 더 잘 코칭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변화를 읽고 리더십의 정의를 다시 쓰는 조직만이, 기술의 발전 속도를 성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