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회사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고 유능한 팀장입니다. 팀원들의 업무를 꼼꼼히 챙기고, 문제가 터지면 가장 먼저 달려가 해결합니다.


당신의 팀원들은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우리 팀장님 없으면 이 팀은 안 돌아가요."


당신은 그 말을 훈장처럼 여기며, 이번 임원 승진 심사에서 당연히 자신의 이름이 불릴 거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탈락입니다. 오히려 당신보다 조금 덜 바빠 보이고, 실무도 덜 챙기던 옆 팀 팀장이 승진합니다.


억울하고 분해서 잠이 안 올지도 모릅니다. "회사가 일 잘하는 사람을 몰라본다"며 술잔을 기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경영진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그 '대체 불가능한 유능함'이, 역설적으로 당신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1. 경영진에게 '슈퍼스타'는 가장 큰 리스크다

리더의 관점과 경영자의 관점은 다릅니다. 리더는 '현재의 성과'를 보지만, 경영자는 '미래의 지속 가능성'을 봅니다.


경영진의 눈에 "팀장이 없으면 안 돌아가는 팀"은 칭찬이 아니라 경고등(Red Flag)입니다. 만약 당신이 갑자기 아프거나,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경쟁사로 이직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순간 당신의 팀은 멈춥니다. 성과는 곤두박질치고 조직은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즉, 당신이 조직에 깊숙이 개입할수록, 회사가 짊어져야 할 '인적 리스크'는 커집니다. 회사는 리스크 덩어리인 리더에게 더 큰 권한(임원)을 주지 않습니다. 그건 도박이니까요.


임원이 되는 사람은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슈퍼스타가 아닙니다. 자신이 빠져도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성과가 나오는 구조'를 설계해 둔 사람입니다.


2. 사람을 키우지 말고, ‘데이터’를 남겨라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요? 부사수를 키워서 내 업무를 전수하면 될까요? 물론 도움은 되지만,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은 여전히 불안한 '반쪽짜리 시스템'입니다. 그 부사수마저 퇴사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요.


진짜 시스템은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와 기록' 위에 세워져야 합니다.


여기서 많은 리더가 간과하는 1on1(원온원)의 진짜 용도가 드러납니다. 대부분 1on1을 '면담'이나 '티타임' 정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경영자 마인드를 가진 리더에게 1on1은 '조직 운영의 노하우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시간'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 [일반 팀장]: 팀원이 문제를 가져오면, 자신의 경험과 직관으로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문제는 해결됐지만, 그 노하우는 팀장의 머릿속에만 남는다. (휘발됨)
  • [임원급 팀장]: 팀원이 문제를 가져오면, 1on1 기록 시스템에 그 문제를 등록한다. 함께 해결책을 논의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텍스트로 남긴다. 그리고 비슷한 문제가 생기면 팀원들이 그 기록을 찾아보게 한다. (자산화됨)


전자는 본인이 계속 해결사 노릇을 해야 하지만, 후자는 '살아있는 매뉴얼(Playbook)'을 남깁니다. 이 플레이북이 쌓이면, 당신이 자리에 없어도 후임자나 팀원들이 과거의 데이터를 보고 정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복제 가능한 성공'입니다.


3. 1on1은 당신의 ‘리더십 유산’이다

승진 인터뷰에서 경영진이 묻습니다. "당신을 승진시키면, 기존 팀은 누가 맡습니까? 문제없겠습니까?"


이때 당신은 무엇을 보여줄 수 있습니까? "제 부사수가 잘합니다"라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대신 당신이 쌓아온 1on1 데이터를 보여주십시오.

"지난 2년간 팀원들과 나눈 1on1 기록이 여기 있습니다. 우리 팀에서 발생했던 주요 이슈 200건과 그 해결 과정, 팀원 개개인의 성장 포인트와 코칭 가이드가 모두 데이터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제가 없어도 후임자는 이 '운영 매뉴얼'을 보고 즉시 팀을 이끌 수 있습니다."


이 정도의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경영진은 안심하고 당신을 더 높은 곳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당신은 조직에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을 선물했기 때문입니다.


4. 당신은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역설적이지만, 조직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은 '언제든 떠날 준비가 완료된 사람'입니다. 자신의 노하우를 모두 시스템에 이식해 두고, 내일 당장 자리를 비워도 팀이 굴러가게 만든 사람. 그런 사람만이 더 큰 조직, 더 새로운 과제를 맡을 여유를 가집니다.


아직도 실무를 쥐고 놓지 못하고 계십니까? "내가 다 챙겨야 해"라는 생각으로 밤을 새우고 계십니까? 그건 열정이 아니라, 시스템을 만들지 못한 직무유기일 수 있습니다.


이제 1on1을 통해 당신의 리더십을 기록하십시오. 당신의 직관을 데이터로 바꾸고, 당신의 경험을 매뉴얼로 남기십시오.


진짜 리더는 자신을 증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없어도 되는 세상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그것이 당신이 '팀장'이라는 명함을 떼고 '경영자'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입니다.


L 9회차 본문